본문 바로가기

생각/생각 정리

이직을 위해선 블로그 / 깃허브를 평소에 관리해야한다.

서론

어느 날 사무실 근처 식당을 찾아보니 어떤 식당이 칠 사이에 블로그 리뷰가 열 개쯤 달려있다. 살면서 먹은 짬뽕 중 국물이 가장 맛있다거나, 인생 맛집이라거나... 글만 보면 안 갈 이유가 없는데, 당연히 안 간다. 리뷰가 멀쩡해 보여도 '이거 급하게 만든 거 아닌가...' 싶은 의심이 먼저 든다.

 

저만 리뷰 끝에 이거 있는지 먼저 확인하나요?

 

어쩌다 남의 이력서를

최근에 갑자기 웹 레쥬메(그리고 블로그나 깃허브)를 검토하는 일을 맡게 됐다. 문제는 내가 인사 쪽 일을 해본 적도 없고, 내 팀에 사람을 직접 뽑아본 적도 없다는 거다. 거기에 코딩도 손 놓은 지 한참 돼서 해동중이었는데, 그냥 코딩 좀 해봤다는 이유 하나로 남의 이력서에 평가를 하는 입장이 됐다.

 

기준을 뭘로 잡아야 하나 며칠 고민했다. 깃허브 잔디가 어떻고 기여도 그래프가 저렇고... 암만 고민해 봐도 기준을 세울 수가 없었다. 몇 년을 안 했는데 그런 걸 볼 수 있을 리가.

 

게다가 다른 이력서나 면접까지 보는 것도 아니고(링크만 받아서 그 사람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모르고 평가했습니다) 내 의견은 그냥 참조용이라, 굳이 복잡하게 갈 이유도 없었다.

 

그래서 제일 단순한 기준을 세웠다. 내 블로그/깃허브보다 좋은 것 같으면 pass, 아니면 non-pass.

 

근데 생각보다 pass가 안 나왔다

이 정도면 통과가 꽤 나올 줄 알았다. 그런데 막상 보니까 생각보다 pass가 안 나왔다. 글이나 코드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었다. (어딘지 모르게 이직을 마음먹고 나서야 갑자기 생각이 난 듯한 느낌으로) 급하게 채운 티가 나는 사람이 많아서였다.

 

몇 년 동안 글 한 편 없던 블로그에 갑자기 이틀 새 LLM 관련 글이 다섯 개 올라와 있다거나, 비어있던 깃허브에 이번 달부터 커밋이 몰려있다거나...

 

그 글들이 못 썼다는 게 아니다. 엄청 잘 쓴 것도 있었고, 감탄하면서 나중에 정리하려고 저장해 둔 글도 있었다. 그런데 글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pass를 줄 수가 없었다.

 

만약에 제 깃허브를 평가했다면, non-pass 였습니다

 

최신 글보다 '평소에 쓴 글'

평가하는 자리...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, 어쨌든 직접 해보고 나서야 든 생각이 있다. 보는 사람은 결과물을 하나하나 채점하면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, 이 사람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해왔고 뭘 배웠고 어떻게 쌓아왔나를 보게 된다.

 

지금 직무에 딱 맞춘 최신 글 여러 개보다, 몇 달 전에 가볍게 쓴 글이 그 직무와 어느 정도 닿아 있을 때가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더라고요. 전자는 시험 전날 벼락치기처럼 보이는데, 후자는 원래 그쪽에 관심 있던 사람처럼 읽히니까.

 

급조한 다섯 개는 '이번에 필요해서 만든 것'이고, 흘러가듯 남긴 한 편은 '원래 그런 사람'이라는 증거가 된다.

 

사실 나도 안다

당연히 이해는 간다. 나부터도 회사에서 깃허브를 쓰는 게 아니면 깃허브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.(그래서...라고 하긴 이상하지만 내 깃허브 프로필 사진은 10년 전 사진이다.)

 

바빠서 방청소도 일주일에 한 번 간신히 하는 상황에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.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겨서 이건 꼭 써야겠다 싶은 게 아니면 블로그에 들어와 보지도 않았다.

 

최근에 보고 한참 웃었는데, 며칠 뒤 회사 동료 프사에서 발견되더라구요

 

그런데 그런 이유에 공감하는 나도 막상 평가하라고 하니까 그렇게 평가하게 된다. 사정은 사정이고 흔적은 흔적이다.

 

결론

결론이 좀 김 빠지긴 하는데, 그래서 든 생각은 이거다. 나를 드러내는 이러한 준비는 평소에 늘 해두는 거구나.

 

블로그든 깃허브든, 이직 마음먹고 며칠 만에 쏟아낸 다섯 개보다 몇 달에 한 편씩이라도 꾸준히 남긴 게 고평가 될 수밖에 없다. 평소에 깔아 둔 시간이 그대로 증명이 되는 거니까.

 

쓰다 보니 좀 찔리기도 한다. 오늘부터 조금씩이라도 더 쌓아두기로 했다. 나중에 누가 내 '리뷰 목록'을 열어봤을 때, 적어도 이틀 만에 급조한 가게처럼은 안 보이게... 될까? 그렇게 생각해 보면 좀 더 llm과 관련된 글을 많이 써야 하는데...